“회사 그만두고 그림만 그리고 살 수 있을까?”
이런 상상,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반복되는 야근, 늘어나는 회의 속에서 문득 종이에 낙서를 하다 보면 ‘이게 내 진짜 하고 싶은 일인데…’라는 생각이 들곤 하죠.
저는 현재는 그림을 본업으로 하고 있진 않지만, 주변에 전업 화가가 된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림 커뮤니티에 오래 몸담으면서 여러 작가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죠.
그중 몇몇 분은 회사원에서 그림 작가로 전향했고, 또 어떤 분은 본업은 유지하면서도 작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해 부수입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경험을 토대로, 직장인이 전업 화가를 꿈꿀 때 꼭 알아야 할 현실적인 정보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특히 수익 구조, 온라인 판매 방법, 갤러리 접근 방식 세 가지를 중심으로 말씀드릴게요.
💡 수익 차이,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회사에서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익숙하고 편안합니다. 정해진 날짜에 통장에 찍히는 급여는 ‘예측 가능한 수입’이기 때문에, 그 안정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죠.
하지만 전업 화가의 삶은 정반대입니다. 작품이 팔려야 수익이 발생하고, 팔리지 않으면 그 달의 수입은 0원일 수도 있죠.
제가 알고 있는 A 작가님은 마케팅회사에 다니다 퇴사한 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처음 1년은 거의 무수익이었다고 합니다. SNS에 그림을 올려도 좋아요만 눌리고,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다고요.
하지만 이분은 포기하지 않고 블로그와 유튜브까지 확장하며 콘텐츠를 다양화했어요. 1년 반쯤 지나서야 정기적으로 작품 의뢰가 들어오고, 지금은 월 150~200만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하더군요.
반면 B 작가님은 직장을 유지하면서 스마트스토어에 그림 프린트를 올려 판매 중입니다.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포스터로 제작해 판매하는 방식인데, 월평균 80~100만 원 정도의 수익이 꾸준히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업과 부업의 차이는 ‘시간 투자’와 ‘수익 안정성’에 있습니다.
- 전업 화가: 수익 규모는 커질 수 있지만 불안정
- 부업 화가: 일정 수준의 수익이 꾸준하지만 큰 폭의 확장은 제한적
이 둘 사이에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에게 묻고 시작하세요.
“나는 몇 개월 동안 수익이 없더라도 버틸 수 있을까?”
“지금 당장 그림이 팔리지 않아도 계속 작업할 수 있을까?”
💡 온라인 판매, 접근성은 높지만 전략 없으면 오래 못 갑니다
온라인 판매는 요즘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판매 방식입니다.
스마트스토어, 아이디어스, 크몽, Etsy, 레드버블, Saatchi Art 등 수많은 플랫폼이 문을 열어두고 있죠. 하지만 이 말은 곧 경쟁자도 많다는 뜻입니다.
처음엔 ‘그림만 잘 그리면 팔릴 거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잘 찍은 이미지, 매력적인 상품명, 스토리 있는 설명, 그리고 SNS 유입 전략까지 있어야 하나의 작품이 ‘팔릴 가능성’을 갖게 됩니다.
지인의 경험담을 소개하자면, 어느 C 작가님은 인스타그램에서 하루 1 포스팅을 1년간 실천한 분입니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좋아요만 눌렀는데, 나중에는 직접 DM으로 그림 주문을 하기 시작하더라”며 SNS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이분은 나중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연 뒤, 포스터·엽서·굿즈 등으로 확장했어요.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고 그에 맞는 스타일로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는 겁니다.
- 제품 촬영
- 재고 및 주문 관리
- 고객 응대
- 포장 및 발송
- 환불/교환 처리
이런 일들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열정이 있어도 체계가 없으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온라인 판매는 ‘마라톤’입니다. 순간적인 판매보다, 지속적인 브랜딩이 중요합니다.
“내 그림을 왜 사람들이 사야 할까?”
“내 작품은 어디에 노출되어야 더 잘 팔릴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져보세요.
💡 갤러리 전시, 기회는 좁지만 신뢰도는 높다
갤러리 전시는 화가로서의 신뢰도, 경력,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꽤 높습니다.
많은 갤러리들은 포트폴리오 외에도 공모전 수상, 기존 전시 이력 등을 요구합니다. 심지어 일부는 큐레이터나 디렉터의 인맥을 통해 소개받지 않으면 전시 기회를 잡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D 작가님은 처음에 지역 갤러리 공모전에 꾸준히 지원하면서 전시 이력을 쌓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작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기회를 얻었고, 이 전시를 통해 총 3점의 그림이 팔렸다고 해요. 총판매액은 약 400만 원. 수수료로 50%를 떼더라도, 200만 원 정도의 순수익이었습니다.
전시 후엔 초대전이나 그룹전에 연달아 초청되면서, 작가로서의 활동폭이 넓어졌습니다.
갤러리 전시의 장점은 무엇보다 높은 단가와 신뢰도입니다. 작품 한 점당 수십~수백만 원이 매겨질 수 있고, 관람객과 컬렉터와의 직접적인 만남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 전시 준비 비용이 큽니다 (액자, 인쇄물, 운송비 등)
- 작품이 팔리지 않더라도 수익은 없습니다
- 수수료가 매우 높습니다 (30~50%)
그렇기 때문에 갤러리는 ‘브랜드 강화’ 목적에 더 가까우며, 수익 창출보단 경력 관리용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 결론: 당신의 스타일과 여건에 맞는 선택이 중요합니다
‘전업 화가’라는 꿈은 분명 멋지고 도전할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뛰어드는 건 위험합니다.
-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온라인 판매를 먼저 시도해보세요
- 자신의 작품에 자신이 있다면 소규모 전시회나 공모전부터 도전해 보세요
- 무엇보다도 지속 가능한 루틴을 만들고, 그 안에서 브랜딩을 키워야 합니다
당신의 그림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는 ‘작은 문’입니다.
그 문을 여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중요한 건 꾸준함과 방향성입니다.
혹시 지금도 사무실에서 몰래 스케치북을 열어보고 있다면,
그건 이미 당신이 화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는 뜻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