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화가로 살아가기 시작한 저는, 붓을 잡는 것보다도 생계를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025년 현재는 단순히 전시회나 공모전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로는 예술가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AI, NFT, 온라인 마케팅 등 새로운 흐름 속에서, 저는 '그림만 잘 그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배웠죠.
이번 글에서는 AI 시대의 예술가로서 필요한 자세, NFT 아트 시장의 실제 작동 방식,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현실적 수익 전략을 경험 중심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 AI 시대, 창작의 적이 아닌 동료를 받아들이다
"이거 네가 직접 그렸어? AI 아냐?"
2025년, 화가에게 자주 들리는 말입니다.
AI 도구들이 너무 정교해져서, 전통적 방식의 그림과 차이를 알아보기도 어려운 시대가 되었죠.
처음엔 불안했습니다.
내 손으로 그리는 작업이 점점 의미 없어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제가 선택한 방향은 배척이 아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였습니다.
- Midjourney, DALL·E, Runway 등은 아이디어 스케치를 빠르게 완성해 주죠.
- 그림 스타일을 제시하거나 고객 맞춤 시안 제작에도 유용하죠.
- 저는 이 도구들을 '영감 보조 장치'처럼 사용하며, 작품 제작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분배하게 되었습니다.
예술가의 본질은 ‘손’보다 ‘생각’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AI와 협업해도, 작품 철학과 감정이 깃든 결과물은 여전히 제 것입니다.
AI는 위협이 아니라, 나만의 색깔을 더 선명히 드러내는 거울이 될 수 있고요.
■ NFT 아트, 단순한 이미지 거래 그 이상
NFT를 처음 알게 된 건 졸업 직후였습니다.
"그림 하나 올리면 팔릴 수도 있다"는 말에 혹해 시작했죠.
하지만 현실은 몇 달 동안 아무런 반응도 없는 텅 빈 마켓 페이지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저와 비슷한 테마를 꾸준히 이어가는 해외 작가의 커뮤니티를 발견했습니다.
그 작가는 작품 하나하나에 감정을 싣고, 스토리를 공유하며 ‘함께 소유하는 예술’을 실천하고 있었죠.
그때부터 저도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 ‘도시 속 감정’이라는 저만의 주제 시리즈를 만들었고
- 작품마다 개인의 감정을 담은 글을 함께 작성했습니다.
- Discord 채널을 운영하며 작업 과정을 공유했고
- 몇몇 공감한 사람들과 연결되었고, 그중 일부가 구매자가 되었어요.
NFT는 작품을 파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공유하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그림을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을 만들고, 공감하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게 중요합니다.
■ 온라인 수익, 그림만 잘 그려선 안 되는 이유
한때는 전시와 공모전에만 올인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림을 그린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었죠.
저는 다음과 같은 루트를 하나씩 구축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1.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 Notion으로 나만의 작업 공간을 만들어 작업을 정리
- 개인 이력, 시리즈별 작품, 전시 이력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페이지로 구성
- SNS보다 전문성을 드러내는 데 유리
2. SNS 브랜딩
- 인스타그램을 메인으로 삼고, 해시태그와 스토리 중심으로 운영
- ‘그림 설명’보다는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를 써보니 반응이 훨씬 좋았습니다.
- 팔로워 300명대였던 계정이 1년 만에 2,000명 넘게 성장
3. 클래스와 굿즈
- 클래스 101과 크몽에서 드로잉 강의 판매
- 개인 작품으로 엽서와 아트북 제작, 텀블벅에서 소규모 펀딩 진행
- 한 달 수익은 크지 않아도 “예술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을 체득
예술로 먹고살기 위해선, 한 가지 루트에 기대선 안 됩니다.
대신 3~4개의 소소한 수익원을 꾸준히 유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 흐름이 '생활'이 됩니다.
■ 결론: 그림만 잘 그려선 살아남을 수 없다
화가로 산다는 건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설득하는 일입니다.
2025년 현재, 그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AI는 나만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하게 도와주는 도구가 되고,
NFT는 내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며,
온라인은 이 모든 활동을 연결시켜 현실적인 수익으로 이어줍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그림을 세상에 알리고 있나요?
지금이 바로 그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볼 타이밍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분명한 건, 지금의 예술가는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기획자'이자 '운영자'여야 한다는 것입니다.